우리는 사랑일까

우리는 사랑일까우리는 사랑일까6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은행나무

“피곤하네요”
이 말의 의미론저 내용은 대개 듣는 사람에게 별 고민을 안겨주지 않는다. 대개의 언어에서 ‘피곤하네요’라는 말은 부드러운 담요를 뒤집어쓰고 몇 시간 의식을 읽은 상태로 있어야 하는 생리적인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상황과 말투를 고려할 때, ‘피곤하네요’라는 말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의미심장한 구문에 버금갈 만큼 풍부한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었다.
앨리스가 나타내고자 한 뜻은 다음 중 어느 하나일 수 있었다.

1. 성마른 신호일 수 있었다. (생략…)
2. 혹은 그녀가 그 남자 옆에 앉아 있고 좀 전에 둘의 무릎이 스쳤지만, 그 이상으로 발전하는 것은 원치 않음을 필립에게 일깨워주려는 뜻일 수도 있었다.
3. 혹은 이제 가야겠다는 말을 꺼내는 방법일 수도 있었다. (생략…)
4. 혹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그럴듯하지 않지만] 단지 정말로 피곤하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3개월 만에 겨우 한 권 읽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후 두 번째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소설.

대부분의 소설과는 달리, 이 사람의 글에는 손으로 셀 수 있는 만큼의 사람들만 나온다.
또한, 주인공들의 생각은 주인공들의 입장에서가 아닌, 작가 자신의 생각을 잔뜩 나열한 후에, 잠시 대화로 돌아갔다가, 다시 작가 생각. 번역본의 한계인지, 문장이 어려워서인지, 글을 이해하는데 한참이나 걸린다.

영문 제목은 The Romantic Movement이다. 한글 제목이 왜 ‘우리는 사랑일까’인지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지만, 오히려 영문 제목이 훨씬 내용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9/10는 앨리스와 에릭, 두 사람의 연애에 대하여 장황한 기술을 하였지만, 앨리스에게 정작 중요했던 건, 0.5/10만큼 나온, 필립이었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표현, 느낌, 행위에 대해 온갖 철학적 지식을 가져와 떠들었지만, 과연 그러한 것들이 우리 정서에 맞는지는 의문. 그러니까, 보통에 대해 이런 식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는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한데, 보통의 사람들이 얼마나 알고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저 이런 소설을 읽고(사실 끝까지 읽기도 힘든게 사실이다.) 남는 것은, 뭔가 어려운 글을 소화(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지만, 적당한 단어가…)해 냈다는 쓸데없는 자만감같은 것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되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얘기하자.

http://trimir.tistory.com2009-04-12T00:17:330.3610

2 responses to “우리는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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