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 원제 La Sombra Del Viento (2001)

바람의 그림자 1바람의 그림자 16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문학과지성사

나는 아직도 아버지가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리고 갔던 그 새벽을 기억한다.

“그때까지 내게 독서란 일종의 의무 사항이나 무엇을 위해서 내는지도 잘 모른 채 선생님이나 개인교사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벌금이었지. 난 독서의 즐거움, 자기 영혼을 향해 열리는 문을 탐험하는 즐거움, 허구와 언어의 신비함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 아름다움과 상상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을 모르고 있었어. 내겐 이 모든 것이 그 소설과 함께 태어났지. 다니엘, 여자애와 키스해본 적 있니?”

전쟁만큼 망각을 길러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다니엘. 우리 모두는 입을 다물고 있고, 저들은 우리가 보았던 것, 우리가 했던 것,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서 우리가 배웠던 것은 환영이라고, 지나가는 악몽이라고 열심히 우리를 설득하지. 전쟁은 추억이 없어. 그래서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우리가 전쟁을 인정하지 않아 그것이 다른 얼굴, 다른 이름으로 다시 돌아와 예전에 남겨두었던 것들을 먹어 치울 때가 올 때까지, 아무도 전쟁을 이해하려는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지.

그녀는 상아색 옷을 입었고 두 눈에 세상을 담아왔다. 나는 신부(神父)의 말도, 3월의 어느 오전에 성당을 꽉 채운 하객들의 희망에 찬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녀 입술의 감촉과, 눈을 반쯤 떴을 때 내 살 속으로 들어온 그 신비스런 맹세 – 내가 평생 동안 기억할 – 뿐이다.

나는 내가 그들의 섬의 일부라고 느끼며, 행운아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점은 우리가 호사스럽지 않게 먹고살 만큼은 돈벌이가 된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매상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나는 낙관론자라서 오른 것은 내려가고 내려간 것은 언젠가는 오를 거라고 내 스스로를 위안한다. 독서라는 예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그것은 내밀한 의식이라고, 책은 거울이라고, 우리들은 책 속에서 이미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만을 발견할 뿐이라고, 우리는 정신과 영혼을 걸고 독서를 한다고, 위대한 독서가들은 날마다 더 희귀해져가고 있다고 베아는 말한다.

From DH Jung.

에코의 ‘장미의 이름’ 만큼이나 재밌다는 추리 소설.
소설은 읽어보지 않고 영화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
바우돌리노를 읽은 경험상 아마도 읽다가 포기했을 가능성도 다분이…
뒤마 클럽이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보다 훨씬 재밌다는데 100만표.
요즘 읽는 추리 소설들은 영미권 보다 스페인 애들이 설치고 있다. –;;;
적당한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로맨스와 특히 책에 관한 이야기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계속 생각나게 하더라..

http://trimir.tistory.com2009-04-11T23:47:41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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