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티] 하루

기획의도
<하루>는 충청도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하루 동안의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어는 특정한 하루에만 일어나고 소멸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 계기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이 하루의 사건들은 농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확인시켜 주는 사건, 곧 하루의 시간을 넘어서는 사건이다. 농촌의 일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과 사건이다. <하루>는 한 동리 초상의 장에 일어난 농민들의 반목과 질시, 갈등의 관계를 통해 붕괴된 공동체를 고발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정서를 통해 희망의 빛을 엿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사람의 인성에 있어서 농촌은 버려진 땅이 아니라 최후로 남겨진 땅임을 느끼게 할 것이다.

Story
영동 경문골에 사는 병수는 아침 댓바람부터 아내 길자의 살림살이와 자식들의 근검절약 문제로 심한 타박을 한다. 사실 길자가 겨울 오기 전에 보일러를 놓자고 한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중학교 다니는 아들 현구가 중고 컴퓨터라도 사달라는 타령이 병수의 심사를 건드려서가 아니다. 올 여름 포도밭에서 살다시피하며 웬만큼 포도수확을 올렸지만, 알토란같은 수확금의 일부를 떼이듯 축협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 년 전에 축협에서 대출을 받은 한우입식자금… 그렇다고 소를 키워서 판 돈으로 대출을 갚으러 가는 길도 아니다. 축협에서 대출받은 삼백만 원은 소를 사고 외양간을 짓는 비용으로 다 써버렸고, 이 년 동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사료값은 사료값대로 들어갔다. 지난 해에 견디다 못해 소를 헐값에 넘기고 나니, 사료값이다 대출이자다 해서 삼백만 원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렸다. 그래도 대출자금을 때가 되어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뜩이나 자린고비라는 소릴 듣는 병수에게는 그야말로 가슴에 천불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농협에서 찾은 현찰 삼백만 원을 잠 바 깊숙이 넣고 읍내로 나가려다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마는 병수. 버스 정류장 옆 식당에 들어가 공짜 술국에 소주 반병을 마시다 급하게 들어온 종호에게 어린 시절의 첫사랑, 김회장의 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데…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