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It’s a Bamum and Baily world,
Just as phony as it can be,
But it wouldn’t be make-believe
If you believed in me.

E.Y. Harburg & Harold Arlen, It’s Only a Paper Moon

작가와의 대화

1권

제1장 아오마메 Q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P.28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이라는 건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제2장 덴고 Q 조금 특별한 아이디어

제3장 아오마메 Q 변경된 몇 가지 사실

P70 내 거 만질 때랑 느낌이 많이 다르네, 라고 서로 생각한다. 바람이 보헤미아의 초록 들판을 건너간다.

P.85 심장의 고동이 들린다. 그 고동에 맞춰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도입부의 팡파르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진다. 부드러운 바람이 보헤미아의 초록빛 들판을 소리없이 건너간다.

제4장 덴고 Q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제5장 아오마메 Q 전문적인 기능과 훈련이 필요한 직업

제6장 덴고 Q 우리는 꽤 먼 곳까지 가게 될까

P.151 그 같은 작업을 번갈아가며 집요하게 거듭하는 사이에 진폭이 점점 작아져서 글의 분량은 자연스럽게 적정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더이상 늘릴 수 없고 더이상 깎아낼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자아가 지워지고 쓸데없는 수식이 떨어져나가고, 빤히 보이는 논리는 깊숙한 뒷방으로 물러난다.

제7장 아오마메 Q 나비를 깨우지 않도록 아주 조용히

제8장 덴고 Q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다

제9장 아오마메 Q 풍경이 변하고 룰이 바뀌었다

P231 이상이 발생한 건 내가 아니라 이 세계다.
그래, 맞아.
어딘가의 시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소멸하고, 혹은 퇴장하고, 다른 세계가 거기에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레일 포인트가 전환되는 것처럼. 즉, 지금 이곳에 있는 내 의식은 원래의 세계에 속해 있지만 세계 그 자체는 이미 다른 것으로 변해버렸다.

P.234 그것은 몸의 뒤틀림 같은 감각, 몸의 구조가 걸레처럼 쥐어짜이는 느낌이었다.

P. 240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제10장 덴고 Q 진짜 피가 흐르는 실제 혁명

P. 258 “‘모든 일에는 반드시 두 개의 측면이 있다’ 라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덴고는 말했다. “좋은 면과 그다지 나쁘지 않은 면, 두 가지입니다.”

P. 275 일의 전후가 뒤엉켰다. 억지로 생각해보려고 하면 몸 전체가 강하게 뒤틀리는 듯한 감각이 몰려왔다. 마치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기 반대방향으로 틀어지는 것 같다.

제11장 아오마메 Q 육체야말로 인간의 신전이다

P. 301 “발산하고 싶다, 라는 표현이 내 취향에 맞는데.”
“풍성한 하룻밤을 원한다, 라는 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제12장 덴고 Q 당신의 왕국이 우리에게 임하옵시며

P.325 하늘에 계신 주님이시여. 당신의 이름이 영원히 거룩한 여김을 받으시오며, 당신의 왕국이 우리에게 임하옵시며, 우리의 수많은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에 당신의 축복을 주시옵소서. 아멘.

제13장 아오마메 Q 천부적인 피해자

P. 341 “그런 건 젋은 시절에 열심히 즐겨둬야 해요. 마음 가는 데까지. 나이 들어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된 다음에는 예전 기억으로 몸을 따스하게 덥혀야 하니까요.”

P. 361 망설임 없이, 냉정하고도 적확하게, 왕국이 그 사내의 머리 위에 도래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그뒤에 기도까지 올렸다. 기도문은 그녀의 입에서 거의 반사적으로 흘러나왔다.

제14장 덴고 Q 대부분의 독자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

P. 369 “리틀 피플이 공기 번데기를 만들어낼 때 달이 두 개가 되지. 소녀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어. 그 부분 기억하지?” (중략)
” 덴고, 이렇게 생각해 봐. 독자들은 달이 하나 떠 있는 하늘은 지금까지 수없이 봤어. 그렇지? 하지만 하늘에 달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적은 없을 거라고. 대부분의 독자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것을 소설 속에 끌어들일 때는 되도록 상세하고 적확한 묘사가 필요해. 생략해도 괜찮은 것, 혹은 반드시 생략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독자가 이미 목격한 적이 있는 것에 대한 묘사야.”

P. 380 이야기의 숲에서는 사물 간의 관련성이 제아무리 명백하게 묘사되어 있어도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는 일은 없다. 그것이 수학과의 차이다. 이야기의 역할을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문제를 다른 형태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동의 질이나 방향성을 통해, 해답의 방식을 이야기 형식으로 암시해준다. 덴고는 그 암시를 손에 들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P. 387 “만나서 반가웠어.” 여선생은 말했다.
“저도 만나뵐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덴고는 말했다. 그건 그의 진짜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제15장 아오마메 Q 기구에 닻을 매달듯 단단하게

P. 418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지금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밤하늘이 평소에 보던 밤하늘과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가 여느 때와는 다르다. 희미한, 하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이질감이 그곳에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본 뒤에도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수고가 들었다. 자신의 시선이 포착해낸 것을 의식이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늘에는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P420 어쩌면,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은 정말로 종말을 향애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왕국이 임하시지.” 아오마메는 작게 입 밖에 내어 말했다.
“어서 왔으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제16장 덴고 Q 마음에 든다니 정말 기뻐

P. 447 이윽고 후카에리가 어디선가 다가와 그의 오니손을 잡았다. 그러자 덴고의 형태는 더이상 바뀌지 않았다. 바람이 문득 잦아들고 악보는 더이상 흩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덴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어진 시간도 끝나가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라고 후카에리는 작은 소리로 고했다. 역시 한 문장뿐이다. 시간이 멈추고 세계는 거기서 종결되었다. 지구는 서서히 회전을 멈추고 모든 소리와 빛이 소멸했다.

제17장 아오마메 Q 우리가 행복하든 불행하든

P. 452 “요즘 누군가와 껴안고 자본 적 있어?” 아오마메는 달에게 물었다.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는 있어?” 아오마메는 물었다.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쿨하게 살아가는 거, 이따금 피곤하지 않아?”
달은 대답하지 않았다.

P. 456 ” (중략) 유전자 입장에서는 인간이란 결국 단순한 탈것에 불과하고 거쳐 가는 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에요. 그들은 말이 움직이지 못하면 또다른 말로 바꿔타듯이 세대를 건너 우리를 타고 건너가지요. 그리고 유전자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냐 하는 건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그들은 알 바 아니지요. 우리는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들이 고려하는 것은 무엇이 자기들에게 가장 효율적이냐는 것뿐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P. 480 “분명한 건 아직 모릅니다.” 노부인이 말했다.
“리틀 피플.” 소녀가 말했다.

제18장 덴고 Q 더이상 빅 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다

P. 499 “하지만 이야기 흐름상, 선생님은 뭔가 폭력적인 사태를 염두에 두신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지.” 선생은 사려 깊게 대답했다. “자네도 아마 잘 알 게야. 폐쇄적인 동질 집단에서는 다양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후카에리가 입을 열었다.
“리틀 피플이 왔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P. 505 “당신은 잘 몰라요.” 그녀는 말했다.
“이를테면 어떤 것을?”
“우리는 하나가 되었어요.”
“하나가 되었다고?” 덴고는 놀라서 물었다.
“책을 함께 썼어요.”
덴고는 손바닥에 후카에리의 손가락 힘을 느꼈다. 강하지는 않지만 균일하고 확실한 힘이었다.

제19장 아오마메 Q 비밀을 함께 나누는 여자들

P. 513 명령받은 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인격이나 판단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 이것과 똑같은 일이 내 몸에 일어났어도 이상할 거 없었다. 아오마메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중 략) 하지만 올바른 동기가 언제나 올바른 결과를 몰고 온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성폭행이라는 것은 반드시 육체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폭력이 언제나 눈에 보이는 형태를 취한다고 할 수 없고, 반드시 피를 흘리는 것만이 상처라고는 할 수 없듯이.

P. 528 밤 한 시, 아오마메는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성적인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몽 같은 크기와 모양의 아름다운 유방을 한 쌍 갖고 있다. 젖꼭지는 단단하고 큼직했다. 그녀는 그 젖가슴을 남자의 하반신에 대고 눌렀다. 옷은 발밑에 벗어던져버리고, 그녀는 벌거벗은 몸으로 다리를 벌린 채 잠들어 있다. 잠든 아오마메는 알 도리가 없지만, 하늘에는 그때도 두 개의 달이 나란히 떠 있었다. 하나는 예날부터 있던 큰 달, 또 하나는 새로운 자그마한 달이다.

P. 529 이윽고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리고 거기에서 리틀 피플이 차례차례 나온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한 사람, 또 한 사람 모습을 드러낸다.

P. 530 그들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살그머니 내려서서 침대 밑에서 고기만두 정도 크기의 물체를 끌어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모두 함께 그것을 열심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얗고 탄력이 뛰어난 것이다.

제20장 덴고 Q 가엾은 길랴크 인

P. 544 “우리의 기억은 개인적인 기억과 집단의 기억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거야.” 덴고는 말했다. “그 두 가지 기억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지. 그리고 역사라는 건 집단의 기억을 말하는 거야. 그것을 빼앗으면, 혹은 고쳐 쓰면 우리는 정당한 인격을 유지할 수 없어.”

제21장 아오마메 Q 아무리 먼 곳으로 가려고 해도

제22장 덴고 Q 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P. 581 뇌라는 기관의 그런한 비약적인 확대에 의해 인간이 획득 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간과 공간과 가능성의 관념이다.
시간과 공간과 가능성의 관념.
시 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덴고는 알고있다. 시간 그 자체는 균일한 성분을 가졌지만, 그것은 일단 소배되면 일그러진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시간은 지독히 무겁고 길며 어떤 시간은 가볍고 짧다. 그리고 때때로 전후가 바뀌거나 심할 때는 완전히 소멸되기도 한다. 있을 리 없는 것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인간은 아마도 시간을 그처럼 제멋대로 조정하면서 자신의 존재의의 또한 조정하는 것이리라. 다르게 말하면, 그같은 작업이 더해짐으로써 가까스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중략)
인간은 뇌의 확대에 의해 시간성이라는 관념을 획득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그것을 변경하고 조정해가는 방법 또한 몸에 익혔다.

P. 605 그리고 그의 상상 속에서 후카에리는 항상 딱 달라붙은 얇은 여름용 스웨터를 입고 가슴 선을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덴고를 숨막히게 하고 마음속에 한층 거센 소요를 일으켰다.

제23장 아오마메 Q 이건 뭔가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P. 622 “…… 애초에 그자들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분명 다 잊어버렸을 거야.”
“잊어버려?”
“그자들은 그래, 잊어버릴 수 있어.” 아유미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잊지 못해.”
“물론이지.” 아오마메는 말했다.
“역사 속의 대량학살하고 똑같아.”
“대량학살?”
” 저지른 쪽은 적당한 이론을 달아 행위를 합리화할 수도 있고 잊어버릴 수도 있어. 보고 싶지 않은 것에서 눈을 돌릴 수도 있지. 하지만 당한 쪽은 잊지 못해. 눈을 돌리지도 못해. 기억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대로 이어지지. 세계라는 건 말이지, 아오마메 씨,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제24장 덴고 Q 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 있을까

P. 634 나도 마찬가지. 일단 문자가 되면 그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게 돼요. 당신은 그것을 문자로 아주 잘 바꿨고 아무도 당신처럼 잘하지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건 이미 내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걱정 없어요. 당신 탓이 아니에요. 넓은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걸어가는 것뿐이니까.

P. 635 선생님은 큰 힘과 깊은 지혜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리틀 피플도 거기에 지지 않게 깊은 지혜와 큰 힘을 갖고 있어요. 숲속에서는 조심하도록. 중요한 것은 숲속에 있고, 숲에는 리틀 피플이 있어요. 리틀 피플에게 해를 입지 않으려면 리틀 피플이 갖지 않은 것을 찾아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숲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어요.

P. 647 “….. 어떤 요리였는지는 거기서는 문제가 아니야. 그게 따끈따근 이제 막 만든 것이었다는 게 문제지. ….”
“…..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문득 깨달아. 이상하게도 요리에서 나는 김이 아까부터 전혀 줄지를 않는 거야.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요리는 모두 따끈따끈한 그대로야. ….”
“덴고, 이 꿈에서 어디가 가장 무서운 대목인지 알고 싶어?”
” 그건 말이지, 바로 내가 괴물인지도 모른다는 거야. …… 내가 그 집에 다가가자 나를 본 사람들이 놀라서 식사를 중단하고 집에서 도망쳤던 게 아닐까. 그리고 내가 그곳에 있는 한 그 사람들은 돌아올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무서워. 구원이라는 게 없잖아.”
“아니면,” 덴고는 말했다. “그곳은 당신 자신의 집이고, 당신은 도망쳤던 자기 자신을 기다리는지도 모르지.”

P. 651 “여기가 아닌 세계는 이쪽 세계하고 어떻게 다른데? 지금 자신이 어느 쪽 세계에 있는지, 구분은 하는 거야?”
“구분은 하지. 내가 쓰고 있으니까.”
“내가 말하는 건 자기 말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구분하느냐는 얘기야. 이를테면 무슨 겨를엔가 내가 문득 그쪽 세계에 섞여들었다면?”
“아마 알 거야.” 덴고는 말했다. “이를테면 여기가 아닌 세계에는 달이 두 개가 있어. 그래서 다르다는 걸 알아.”

P. 653 ” 여기가 아닌 세계에서 사람들은 여기에 있는 우리와 대충 똑같은 일을 한다. 그렇다면 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는 여기에 존재하는 세계의 과거를 바꿔 쓸 수 있다는 것이야.” 덴고는 말했다.
(중략)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과거라든가 역사라든가, 그런걸 바꿔 쓰고 싶다고는 요만큼도 생각 안 해. 내가 바꿔 쓰고 시은 건 지금 여기에 있는 현재야.”
“하지만 과거를 바꿔 쓰면 당연히 현재도 바뀌어. 현재라는 것은 과거가 모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거니까.”
그녀는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 ”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는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해. 하나도.”

2권

제1장 아오마메 Q 거긴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동네였어

P. 36 “체호프가 말했어.” 다마루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한다, 고.”

제2장 덴고 Q 영혼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P. 67 “뒤로 물러설 수 없다면, 뭐가 어찌 됐건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 없겠지. 가령 자네가 말한 엄청난 것이 나왔다고 해도.”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게 좋겠죠.” 덴고는 말했다.

P. 67 후카에리는 테이프에서 그렇게 말했다. 숲속에서는 조심하라. 덴고는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렇다. 깊은 숲속은 그들의 세계인 것이다.

제3장 아오마메 Q 어떻게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

P. 89 다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돈은 필요 없어. 이 세상은 돈보다 오히려 서로 빚을 주고받는 걸로 돌아가거든. 나는 빚지는 건 싫으니까 가능한 한 빚 받을 데를 많이 만들어두지.”

P. 91 아오마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체호프의 소설작법의 뒤통수를 쳐라. 그거군요?”
“그렇지. 체호프는 뛰어난 작가지만 그의 방식만이 유일한 건 아니야. 당연한 얘기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총이 모두 다 불을 뿜는 건 아니야.”

제4장 덴고 Q 그런 건 바라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P. 115 해질녘 동쪽 하늘에 달이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는 세계의 풍경을 그는 그려나갔다.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곳에 흐르는 시간을.
“세상 어디든 이 복음이 널리 전해지는 곳에는 이 여인이 행한 일도 알려져 그녀를 기념하게 되리라.”

제5장 아오마메 Q 생쥐가 채식주의자 고양이를 만나다

P. 126 “그럴지도 모르죠.” 아오마메는 말했다. “하지만 바꿀 수 없는 일이에요.”
“봄이 되면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하지만 상식 있는 정상적인 사람은 눈사태가 일어날 법한 계절에 눈사태가 일어날 법한 곳에는 가까이 가지 않아.”
“상식 있는 정상적인 사람은 애초에 당신과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겠죠.”

P. 133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無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막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제6장 덴고 Q 우리는 대단히 긴 팔을 갖고 있습니다

P. 152 “집사람은 이미 상실되어버렸고, 어떠한 형태로든 당신에게는 더이상 갈 수 없다는 겁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특히 그 표현이 덴고를 당황하게 했다. 그곳에는 어둡고 축축한 끈적임 같은 것이 있었다.

P. 160 “아, 그렇군요. ……..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읽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 그리고 그 대신 손에 들어오는 건 하잘것없는 모조품뿐이지요. ………… 그리고 한번 그렇게 잃어버리면 당신은 다시는 그것들을 되찾을 수 없어요. 대신해 줄 것을 찾아내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

P. 163 “……………. 그리고 솔직히 말해 우리는 대단히 긴 팔을 갖고 있습니다. 길고 강한 팔이지요.”

제7장 아오마메 Q 당신이 이제부터 발을 들이려 하는 곳은

P. 183 “우리는 작은 종교단체예요. 하지만 강한 신앙심과 긴 팔을 갖고 있습니다.” 스킨헤드는 말했다.

제8장 덴고 Q 슬슬 고양이들이 올 시각이다

P. 187 집사람은 이미 상실되어버렸고, 어떠한 형태로든 당신에게는 더이상 갈 수 없다.
야스다 교코의 남편은 그렇게 말했다.
고전적으로 표현하자면, 당신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긴 했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파워풀한 조합이었다. 각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서로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우시카와는 그렇게 말했다.

P. 214 “마을은 고양이가 만든 마을인가, 아니면 옛날에 사람들이 만들었고 거기에 고양이가 와서 살게 된 건가?” ………….
“나도 모르겠어요.” 덴고는 말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참전에 인간이 만든 마을이겠죠. 어떤 이유에선가 인간이 사라지고, 거기에 고양이들이 와서 살게 되었을 거예요. 이를테면 전염병으로 모두 죽어버렸다든가, 그런 이유로.”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가 와서 채워야 해요. 다들 그렇게 하는 거니까.”
“다들 그렇게 한다고요?”
“그렇고말고요.” 아버지는 단언했다.
“아버지는 어떤 공백을 채우고 있죠?”
………….. “당신은 그걸 모르는구요.”
“모르겠어요.” 덴고는 말했다.
………………… “설명을 안 해주면 그걸 모른다는 건, 말하자면 아무리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거야.”

제9장 아오마메 Q 은총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

P. 237 “나는 남김없이 파먹히고 몸이 텅 비어서 격렬한 고통에 가득 찬 죽음을 맞이할 거야. 그들은 그저 이용가치가 없어진 탈것을 내버리는 것뿐이야.”

제10장 덴고 Q 제안은 거절당했다

P. 255 “그리고 당신들은 길고 강한 팔을 갖고 있구요.”
“그렇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대로 대단히 길고 대단히 강한 팔입니다. 자, 그래서 저는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P. 265 개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죠, 세상에는 모르는 채로 덮어두는 게 좋은 일도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당신 어머니 일도 그래요. 진상을 알게 되면 그건 당신에게 상처가 돼요. 그리고 일단 진상을 알게 되면 거기에 대한 책임도 떠맡을 수밖에 없는 거에요.

P. 265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해요.” 그녀는 말했다.
긴 팔이 어디에선가 뻗쳐오고 있다.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 지상 최강의 남녀 듀오니까.
비트는 멈추지 않는다. Beat goes on.

제11장 아오마메 Q 균형 그 자체가 선이다

P. 269 “아픔은 많은 경우에 다른 아픔에 의해 경감되고 상쇄되지. 감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야.”

P. 275 “………… 이 일에서는 진실이란 대개 눈에 보이는 것이고 실증 가능한 것이에요. 물론 그 나름의 통증은 견뎌야겠죠.”

P. 276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실증 가능한 진실 따위는 원하지 않아. 진실이란 대개의 경우, 자네가 말했듯이 강한 아픔이 따르는 것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은 아픔이 따르는 진실 따윈 원치않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해주는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종교가 성립되는 거지.”

P. 279 “…………. 하지만 모든 은총이 그렇듯이 인간은 자신이 받은 선물의 대가를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치러야만 해.”
………………….
“………….. 하지만 기억해두는 게 좋아. 신은 부여해주고 신은 빼앗아가. 자네가 받았다는 것을 알지 못해도 신은 주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그들은 아무것도 잊지 않아. ………”

P. 295 “…….. 자네들 두 사람의 운명이 아무 이유 없이 여기서 해후한게 아니야. 자네들은 들어올 만했기 때문에 이 세계에 발을 들였어. 그리고 들어온 이상 좋든 싫든 자네들은 여기서 각각의 역할을 부여받게 돼.”

P. 295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

제12장 덴고 Q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

P. 315 “왜냐하면 그들은 깊은 숲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 숲에서 벗어나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그들의 지혜나 힘에 대항할 수 있는 어떤 가치관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런 이야기인가?”

P. 318 “당신은 당신의 고양이 마을에 갔어요. 그리고 기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
“그 액막이는 했어요.” 그녀는 물었다.
……………
“그걸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를테면 어떤 액막이를?”
…………… “고양이 마을에 갔다 왔으면서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좋을 일이 없어요.”
………………
“이리 와서 나를 안아요.” 후카에리는 말했다. “둘이서 함께 고양이 마을에 가야 해요.”
“왜?”
“리틀 피플이 입구를 찾아낼지도 몰라요.”
“액막이를 안 해서?”
“우리는 둘이서 하나니까.” 소녀가 말했다.

제13장 아오마메 Q 만일 너의 사랑이 없다면

P. 321 “장소는 어디가 됐건 상관없어.” 남자는 말했다. “자네에게는 그게 산겐자야였겠지. 하지만 구채적인 장소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이곳에서는 어디까지나 시간이 문제지. 말하자면 레일 포인트가 그곳에서 전환되고, 세계는 1Q84년으로 변경되었어.”

P. 322 “그렇지. 달이 두 개 떠 있어. 그것이 선로가 바뀌었다는 징표야. 그것으로 두 개의 세계를 구별할 수 있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두 개의 달이 보이는 건 아니지. 아니,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해. 말을 바꾸자면 지금이 1Q84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몇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얘기야.”

P. 323 “아무튼 어떤 의지에 따라 나는 이 1Q84년의 세계로 옮겨졌군요?” 아오마메는 말했다. “나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에 의해.”

P. 324 “………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비율이 균형을 잡고 유지되는 것이야. 리틀 피플은, 혹은 그곳에 있는 어떤 의지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힘을 쓰면 쓸수록, 그 힘에 대항하는 힘도 저절로 강해져. 그렇게 해서 세계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나가지. 어떤 세계에서도 그 원리는 변하지 않아. ……. 리틀 피플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때, 반 리틀 피플적인 힘도 저절로 생겨나게 되었어. 그리고 그 대항 모멘트가 자네를 이 1Q84년에 끌어들였을 게야.”

P. 330 “의미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언어로 설명되는 순간에 상실되고 마는 의미도 있어.”

P. 330 “어째서 꼭 나였어야 했어요?”
“그 이유를 자네는 아직 알지 못하는 모양이군.”
…………….
“지극히 간단한 일이야. 그건 자네와 덴고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야.”

P. 337 “그러니까 나는 이야기를 하는 덴고의 능력에 의해, 당신 말을 빌리자면 리시버로서의 능력에 의해, 1Q84라는 다른 세계로 옮겨왔다는 건가요?”

P. 341 “하지만 1984년의 세계에서는 자네는 찾아나서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을 게야. 그처럼 원인과 결과가 뒤틀린 형태로 이어져 있어. 그 뒤틀림은 아무리 세계가 거듭된다 해도 풀리지 않아.”

P. 345 “당신도 아마 대단히 유능하고 우수한 사람이겠죠. 당신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분명 있었을 텐데.”
“그 세계는 이미 없어.” 남자는 말했다. 그것이 그가 입에 올린 최후의 말이었다.
그 세계는 이미 없다.

제14장 덴고 Q 건네받은 패키지

P. 363 지금 여기서 열어볼 필요는 없어. 소녀는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떄 열어보면 돼. 너는 지금 이것을 그저 받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녀는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덴고는 생각했다. 그는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 새로운 필드에서는 그녀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곳에는 새로운 룰이 있고, 새로운 골goal과 새로운 역학力學이 있었다. 덴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는 알고 있다.

제15장 아오마메 Q 드디어 요괴의 시간이 시작된다

제16장 덴고 Q 마치 유령선처럼

P. 416 그건 생각하면 묘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기들 좋을 때 마음대로 사람을 찾아온다. …………… 자기들 쪽에서 찾아오는 건 괜찮다. 하지만 (아마 신자가 되지 않는 한) 내 쪽에서는 자유롭게 만나러 갈 수 없다. 간단한 질문 하나 할 수 없다. 불편하다고 하면 참으로 불편한 일이다.

P. 423 “……… 그녀는 개념도 아니고 상징도 아니고 비유도 아니야. 따스한 육체와 살아 움직이는 영혼을 가진 현실의 존재야. 그리고 그 온기와 움직임은 내가 놓쳐서는 안될 것이었어. 그런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해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어…………..”

제17장 아오마메 Q 쥐를 끄집어내다

P. 443 그것이 리더 자신이 바라던 죽음이었고 고통 없는 이른바 자비의 죽음이었다 해도, 나는 어떻든 한 인간의 생명을 내 손으로 끊었다. 인간의 생명은 고독한 것이기는 하지만 고립된 것은 아니다. 그 생명은 어딘가의 또다른 생명과 이어져 있다. 거기에 대해서도 어쩌면 나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하리라.

제18장 덴고 Q 과묵한 외톨이 위성

P. 462 그래, 그곳에는 달이 있었다.

P. 468 또 하나의 달?
…………….
착각이 아니다. 달은 두 개다. 덴고는 그대로 오래도록 오른쪽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달은 변함없이 과묵했다. 하지만 더이상 고독하지는 않다.

제19장 아오마메 Q 도터가 깨어날 때는

P. 478 리틀 피플이 산양의 입에서 나왔을 때, 세계의 룰은 이미 변경되어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건 없다.

P. 487 “그 안에 있는 건 너의 도터야.” ……..
………….
“도터.” 소녀는 자동적으로 반복한다.
“그리고 너는 마더야.” 저음이 말했다.
“마더와 도터.” 소녀는 반복한다.
“도터는 마더의 대리 역할을 해.” ……..
“나는 두 사람으로 나뉘는 거야.” 소녀는 묻는다.
“그런 게 아니야.” 테너 리틀 피플이 말한다. “너는 두 개로 나뉘지 않아.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래 그대로의 너야. 걱정할 거 없어. 도터는 어디까지나 마더의 마음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그게 형태를 이룬 것이야.”
……
“이 도터는 내 마음의 그림자로서 무슨 일을 해.” 소녀는 물었다.
“퍼시버 역할을 해.” 작은 목소리가 살그머니 말한다.
“퍼시버.” 소녀는 말한다.
“지각知覺하는 자.” 컬컬한 목소리가 말한다.
“지각한 것을 리시버에게 전달해.”

P. 489 “도터가 눈을 뜰 때, 하늘의 달이 두 개가 돼.” 컬컬한 목소리가 말한다.
“두 개의 달이 마음의 그림자를 비추지.” 바리톤이 말한다.
“달이 두 개가 돼.” 소녀는 자동적으로 말을 반복한다.
“그게 징표야. 하늘을 주의해서 자주 보는 게 좋아.”……….
“호우호우.” 리듬을 맞추는 역할이 말한다.
“호우호우.” 나머지 여섯 명이 합창했다.

P. 494 소녀는 이윽고 결심을 하고 자신의 공기 번데기를 만들기 사직한다. 그녀는 그걸 할 수 있다. 리틀 피플들은 통로를 더듬어 그들의 장소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 통로를 역방향으로 더듬어 그 장소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마더와 도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밀이 밝혀질 것이다. ………..
그래도 이따금 그녀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다. 혼란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나는 정말로 마더인 걸까. 나는 어딘가에서 도터와 바뀌어버린 게 아닐까.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내가 나의 실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일까.

P. 502 아오마메는 바닥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책장에 코를 대고 그곳에 있는 냄새를 들이마셨다. 종이 냄새, 잉크 냄새, 그곳에 있는 흐름에 조용히 몸을 맡겼다. 덴고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였다.
이게 왕국인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죽을 준비가 되었어. 언제라도.

제20장 덴고 Q 바다코끼리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

P. 504 그는 생각했다. 하늘에 달이 두 개 나란히 떠 있는 세계. 도터가 태어났을 때, 달은 두 개가 된다.
“그게 징표야. 하늘을 주의해서 자주 보는 게 좋아.” 리틀 피플은 소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문장을 쓴 것은 덴고였다. 고마쓰의 충고에 따라 새로운 달을 최대한 상세하고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가 가장 힘들여 쓴 부분이다. 그리고 새로운 달의 형상은 거의 덴고 자신이 생각해낸 바로 그 모습이었다.

P. 511 “호우호우.” 리듬을 맞추는 역할의 리틀 피플이 말했다.
“호우호우.” 나머지 여섯 명이 합창했다.

제21장 아오마메 Q 어떡하지

P. 518 다시 쿨하고 터프한 아오마메로 돌아가야 해.
누가 그걸 원하느냐고?
내가 원해.
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늘에는 아직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그게 징표야. 하늘을 주의해서 자주 보는 게 좋아.” 리틀 피플이 말했다. 작은 목소리의 리틀 피플이다.
“호우호우.” 리듬을 맞추는 역할이 말했다.

제22장 덴고 Q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 있는 한

P. 541 “perceiver와 receiver.” 덴고는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너는 지각하고 나는 그걸 받아들인다. 그런 얘기지?”

P. 544 “그 사람이 당신을 찾아내요.” 소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드러운 초원을 건너는 바람 같은 목소리였다.
……….
“어딘가에서.” 그녀는 말했다.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덴고는 말했다.
후카에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 있는 한.”

제23장 아오마메 Q 타이거를 당신 차에

P. 559 출구는 막혀버린 것이다.
…………
당연한 일이야,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그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호텔 오쿠라의 스위트룸에서 그녀의 손에 죽어가기 전에 리더도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1Q84년에서 1984년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없다. 이 세계에 들어오는 문은 한쪽 방향으로밖에는 열리지 않는다, 고.

P. 564 이건 추한 진짜 권총이라구요. 일곱 발의 추한 9밀리 탄알이 장전되어 있죠. 그리고 안톤 체호프도 말했듯이, 이야기 속에 일단 권총이 등장했따면 그건 어딘가에서 발사되어야 한다구요. 그게 이야기라는 것이 가진 의미거든요.
……………
타임 업. 슬슬 쇼를 시작하자.
타이거를 당신 차에.
“호우호우.” 리듬을 맞추는 역할의 리틀 피플이 말했다.
“호우호우.” 나머지 여섯 명이 합창했다.
“덴고.” 아오마메는 말했다. 그리고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제24장 덴고 Q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

P. 582 하지만 아마 아버지로서는 그거 말고는 나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던 거죠. 뭐랄까, 그게 아버지로서는 가장 잘하는 일이었어요. 아버지와 이 사회의 유일한 접점 같은 거였죠.

P. 585 게다가 이 세계에 (혹은 그 세계에) 달이 한 개밖에 없건, 두 개가 있건 세 개가 있건,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거기에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디에 있더라도 덴고는 덴고일 뿐이다. 고유의 문제를 안고 있고, 고유의 자질을 가진 한 명의 똑같은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이야기의 포인트는 달에 있는 게 아니다. 나 자신에 있는 것이다.

P. 588 그리고 덴고는 퍼뜩 깨달았다. 공기 번데기다.
덴고가 공기 번데기를 본 것은 그게 처음이었따. ………………..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그가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묘사했던 그대로의 공기 번데기였다. …………..
….. 분명 그것은 소설을 쓸 때 덴고가 그림으로 그렸던 공기 번데기의 형태와 똑같았다. ……..
…………… 그건 어디까지나 덴고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후카에리의 오리지널 ‘이야기’에는 그런 언급은 없었다. 후카에리에게 공기 번데기란 어디까지나 공기 번데기였다. 이른바 구상具象과 개념槪念의 중간에 있는 것이고, 그것을 언어적으로 형용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덴고가 직접 그 세세한 형상을 고안해야 했다. 그리고 덴고가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그 공기 번데기에는 분명히 가운데 부분에 굴곡이 있고 양쪽으로 아름다운 혹이 있었다.
이건 내가 스케치하고 문장으로 형상화한 공기 번데기야, 덴고는 생각했다. 하늘에 뜬 두 개의 달과 마찬가지다. 그가 문장으로 쓴 형태가 세부까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원인과 결과가 뒤엉켜 있다.

P. 591 공기 번데기 안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그건 그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소설 [공기 번데기]에서 주인공 소녀는 자기 자신의 분신을 그곳에서 발견한다. 도터다. 그리고 소녀는 도터를 남겨두고 홀로 커뮤니티를 뛰쳐나온다. 하지만 덴고의 공기 번데기(아마도 그건 그 자신의 공기 번데기다, 덴고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안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P. 593 덴고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열 살의 소녀였다.
…. 그게 누구인지, 덴고는 한눈에 알았다. …………
아오마메, 덴고는 입 밖에 내어 말했다.

P. 595 아오마메, 덴고는 말했다. 나는 반드시 너를 찾아낼 거야.

P. 597 이제부터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야, 덴고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거기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건 그는 달이 두 개 있는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 온기를 잊지 않는다면, 이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
아오마메를 찾자, 덴고는 새삼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 있건, 그곳이 어떤 세계이건, 그리고 그녀가 누구이건.

3권

제1장 우시카와 Q 의식의 저 먼 가장자리를 걷어차는 것 _009

제2장 아오마메 Q 외톨이지만 고독하지는 않아 _038

제3장 덴고 Q 다들 짐승이 옷을 차려입고 _060

제4장 우시카와 Q 오컴의 면도날 _084

제5장 아오마메 Q 아무리 숨을 죽이고 있어도 _106

제6장 덴고 Q 엄지의 욱신거림으로 알게 되는 것 _122

제7장 우시카와 Q 그쪽으로 걸어가는 중이야 _153

제8장 아오마메 Q 이 문은 제법 나쁘지 않다 _179

제9장 덴고 Q 출구가 아직 닫히지 않은 동안에 _202

제10장 우시카와 Q 솔리드한 증거를 수집한다 _228

제11장 아오마메 Q 이치가 통하지도 않고 친절한 마음도 부족하다 _256

제12장 덴고 Q 세계의 룰이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_278

제13장 우시카와 Q 이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인가? _301

제14장 아오마메 Q 나의 이 작은 것 _326

제15장 덴고 Q 그것을 말하는 건 허락되어 있지 않다 _344

제16장 우시카와 Q 유능하고 참을성 있고 무감각한 기계 _373

제17장 아오마메 Q 한 쌍의 눈밖에 갖고 있지 않다 _401

제18장 덴고 Q 바늘로 찌르면 붉은 피가 나는 곳 _420

제19장 우시카와 Q 그는 할 수 있고 보통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 _457

제20장 아오마메 Q 나의 변모의 일환으로 _490

제21장 덴고 Q 머릿속에 있는 어딘가의 장소에서 _519

제22장 우시카와 Q 그 눈은 오히려 가엾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_557

제23장 아오마메 Q 빛은 틀림없이 그곳에 있다 _579

제24장 덴고 Q 고양이 마을을 떠나다 _590

제25장 우시카와 Q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곳에 있다 _603

제26장 아오마메 Q 매우 로맨틱하다 _632

제27장 덴고 Q 이 세계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_656

제28장 우시카와 Q 그리고 그의 영혼의 일부는 _678

제29장 아오마메 Q 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아 _698

제30장 덴고 Q 만일 내가 틀리지 않다면 _705

제31장 덴고와 아오마메 Q 콩깍지 안에 든 콩처럼 _715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