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Il Nome della Rosa | 열린책들 –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 - 상장미의 이름 – 상10점
움베르토 에코 지음/열린책들

영화가 1986년에 나왔으니 아마 90전후로 TV에서 보았던 것 같다.
그 당시는 ‘움베르토 에코’가 누군지도 몰랐고, 손 코네리가 나오고, 영화가 추리소설 분위기라 재밌게 보기만 했었는데, 그리고 몇년 후, 원작이 책인지 알게 되었다.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었는데, 꽤 재미있어서, ‘바우돌리노’라는 소설을 사 읽다가 포기. 그리고 몇 년 후, ‘미네르바 성냥갑’이었는데, 이것도 읽다만 듯.
몇 주 전에, 알라딘에서 중고로 ‘장미의 이름’을 샀는데, 이번것도 만만치는 않다.
중세의 유럽 기독교 문화라는 것이 워낙 복잡하기도 할 뿐더러, 제대로 읽으려면 그 당시의 역사를 찾아가면서 보아야겠고, 여러장에 걸쳐 나오는 ‘아드소’의 이야기까지 이해할려면, 이번에도 실패할 것 같아, 전체적인 흐름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넘기면서 끝냈다.
책의 화자, 아드소의 스승인 윌리엄은 해설에도 나오지만, ‘홈즈’의 바로 그 느낌이다.

소설을 쉽게 읽으려면, 살인 사건과 관련한 부분만 넘겨 읽으면 될 것이고,
그 외의 부분은 ‘그리스도의 청빈’ 문제와 이를 둘러싼 정치적 견해 차이, 또 교황과 황제 사이의 대립등에 대해 구구절절히 알려주고 있다.
흥미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흐름을 끊지않고 읽기 위해서는 며칠간의 휴가를 내어 정독하지 않으면 힘들것 같다. ‘바우돌리노’도 이런 부분 때문에 포기했지싶다.

기호학자로서의 ‘에코’의 능력은 역시나 소설에 잘 녹아있는데,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아르투로 페레즈 레베르테’의 책을 두 권 (뒤마 클럽/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을 읽었는데, 에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윌리엄 수도사가 ‘피니스 아프리카에’, 즉 <아프리카의 끝>이라는 밀실로 들어가게 되는 부분을 발췌해 본다.

하권 P.838

“<테르티우스 에퀴>……”
나는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느냐?”
사부님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깐 살바토레 수도사가 한 말이 생각나서 웃었습니다. 살바토레 수도사는, 저기 있는 세 번째 말에다 자기만 아는 마법을 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살바토레 수도사가 저 말을 가리키면서 하는 엉터리 라틴 어가 걸작입니다. <테르티우스 에퀴 tertius equi>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세 번째 말>이 아니라 <말의 세 번째 놈>, 결국 <말 equi>이라는 단어의 세 번째 글자 ‘u’가 되고 말지 않겠습니까?”
”’u’자라니?”
별 생각 없이 내 말을 듣고 있던 윌리엄 수도사가 반문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살바토레 수도사는 <세 번째 말>이라는 뜻으로 <테르티우스 에퀴 tertius equi>라고 했다니까요, 사부님. <테르티우스 에퀴>라고 해버리면 <세 번째 말>이라는 뜻이 아니고, <에퀴 equi>라는 단어의 세 번째 글자라는 뜻이되어 버리지 않습니까? 결국 살바토레 수도사가 <테르티우스 에퀴>라는 말로 지칭하고자 한 것은 <세 번째 말>이 아니라 의 세 번째 글자, 즉 ‘u’가 되고 만 셈이니 이런 엉터리 라틴 어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
사부님의 얼굴이 내 쪽을 향했다. 어둠 속인데도 나는 그의 얼굴이 활짝 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소리쳤다.
“네 이놈! 복 받거라! 오냐, 오냐, <소재(素材)의 오해 suppositio materialis>와 관련된 문제였구나! 아, <언어로 나타나는 사물 de re>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말 그 자체 de dicto>였구나! 아이고 이런 돌대가리!”

하권 P.840

“보아라. <프리뭄 에트 셉티뭄 데 쿠아투오르 Primum et septimu de quatuor>를 우리는 <넷의 첫번째와 일곱 번째>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넷>이 아니라 <넷>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 즉 <쿠아투오르 quatuor>를 말하는 것이다. 한동안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머리가 세어질 지경이었는데 이제 이게 풀렸다. <아프리카의 끝>이라는 이름의 밀실 앞 거울 위에 <수페르 트로노스 비긴티 쿠아투오르 super thronos viginti quatuor>, 즉 <높은 좌석 스물네 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지 않더냐? 바로 이 글귀에 든 <쿠오투오르>가 열쇠인 게야. 서둘자. 잘 하면 한 사람의 목숨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역자가 최근 개정판에서도 밝혔듯이, 조금 더 깊이있는 독서를 위해서, 강유원 박사의 ‘장미의 이름 읽기 NameOfTheRose‘를 먼저 권한다.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https://www.trimir.net/2009-12-12T15:00:42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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